Chrome 대신 Arc를 쓴 지 반년, 돌아갈 생각이 없는 이유
반년 전, 탭 30개 열어놓고 멘탈이 나갔다
Chrome 탭이 30개를 넘긴 날이었다. 어느 탭이 뭔지 구분이 안 됐다. 파비콘만 빼꼼히 보이는 상태에서 "이 탭 어디 갔지?" 하면서 Ctrl+Tab을 미친 듯이 누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이 Arc로 넘어간 계기다. 누군가가 "브라우저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했을 때, 좀 과장이라 생각했다. 근데 진짜 달라졌다.
이 글은 Arc 브라우저를 반년 동안 메인으로 쓴 사람의 체험담이다. 좋은 점만 늘어놓을 생각은 없고, 불편했던 부분도 있는 그대로 적었다. Chrome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이유, 그리고 그럼에도 Arc가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는 이유까지 다 쓴다.
Before: Chrome 시절의 작업 환경
Chrome을 쓸 때 내 작업 패턴은 이랬다. 아침에 출근하면 Gmail, Google Calendar, Slack 웹, Notion, 그리고 레퍼런스 탭 서너 개를 열었다. 점심쯤 되면 탭이 20개를 넘기고, 퇴근 무렵에는 어떤 탭이 뭔지 기억도 안 나는 상태가 됐다. 마치 책상 위에 서류를 끝없이 쌓아놓고 맨 아래 서류를 찾는 느낌이랄까.
탭 관리 확장 프로그램을 몇 개 써봤다. OneTab, Workona, Tab Suspender 같은 것들이다. 근데 확장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게 또 하나의 일이 됐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구를 추가했는데, 도구가 문제가 된 셈이다.
메모리도 문제였다. RAM 16GB 노트북인데 Chrome이 혼자서 8GB를 먹는 날이 허다했다. 팬 소리가 이륙하는 비행기 수준이었다.
After: Arc로 바꾸고 달라진 것들
Arc를 처음 열었을 때 솔직히 당황했다. 탭이 위에 없다. 옆에 사이드바로 정리되어 있다. 처음 이틀은 불편했다. 손이 자꾸 화면 위쪽으로 갔다. 하지만 사흘째부터 적응이 시작됐고, 일주일 뒤에는 "왜 브라우저 탭이 지금까지 위에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험상 가장 큰 변화는 Space 기능이다. 업무용, 개인용, 사이드 프로젝트용으로 Space를 나눠놨더니 탭이 섞이는 일이 사라졌다. Chrome에서는 창을 여러 개 띄우거나 프로필을 분리해야 했던 걸, Arc에서는 한 창 안에서 깔끔하게 해결한다. 서랍장 칸을 나눠 쓰는 것처럼 딱 정리되는 느낌이다.
Pinned Tab과 자동 정리
Arc의 킬러 기능 중 하나가 탭 자동 아카이브다. 12시간(기본값) 동안 안 본 탭은 자동으로 사라진다. 처음에는 "내 탭 어디 갔어?" 하면서 당황했는데, 써보니 진짜 필요한 탭은 Pinned로 고정해두면 되고, 나머지는 어차피 안 보는 탭이었다.
이게 왜 좋냐면, 탭 정리를 "내가"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Chrome에서는 주기적으로 탭 대청소를 해야 했다. Arc는 그 노동을 브라우저가 대신한다. 게으른 사람에게 딱이다.
Split View와 Easel
Split View는 두 탭을 나란히 보는 기능인데, 문서 작성하면서 레퍼런스를 옆에 띄워놓을 때 꽤 유용하다. 별도 확장 없이 브라우저 자체에서 지원하니까 훨씬 매끄럽다. Easel은 웹페이지의 일부를 캡처해서 보드에 붙여놓는 기능인데, 내 작업 스타일에서는 자주 쓰진 않았다. 솔직히 이건 좀 과대평가된 기능이라고 본다.
Arc vs Chrome — 핵심 비교
| 항목 | Chrome | Arc | 승자 |
|---|---|---|---|
| 탭 관리 | 상단 탭 바 (확장 프로그램 필요) | 사이드바 + Space + 자동 아카이브 | Arc |
| 메모리 사용 | 탭당 평균 150~300MB | 탭당 평균 120~250MB | Arc (소폭) |
| 확장 프로그램 | Chrome 웹스토어 전체 지원 | Chrome 웹스토어 호환 (Chromium 기반) | 무승부 |
| 동기화 | Google 계정 완벽 동기화 | iCloud 기반, 제한적 | Chrome |
| 모바일 | Android/iOS 완전 지원 | iOS만 지원 (별도 앱 컨셉) | Chrome |
| 커스터마이징 | 테마 정도 | Boost (사이트별 CSS/JS 커스텀) | Arc |
| 학습 곡선 | 거의 없음 | 2~3일 적응 필요 | Chrome |
| 플랫폼 | Windows, Mac, Linux, Android, iOS | Mac, Windows, iOS | Chrome |
표를 보면 Chrome이 이기는 항목도 꽤 있다. 근데 핵심은 이거다 — 탭 관리와 작업 흐름 정리에서 Arc가 압도적이고, 그게 하루 8시간 이상 브라우저를 쓰는 사람에게는 다른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큼 크다.
써본 입장에서 솔직한 단점
Arc가 완벽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확실히 불편한 점이 있다.
동기화가 약하다
Chrome은 구글 계정 하나로 북마크, 비밀번호, 히스토리, 탭까지 전부 동기화된다. Arc는 iCloud 기반이라 동기화 범위가 제한적이고, 특히 Windows와 Mac 사이의 동기화가 매끄럽지 않다. 회사에서 Mac, 집에서 Windows를 쓰는 사람이라면 이게 꽤 거슬릴 수 있다.
모바일이 별도 앱
Arc의 모바일 앱은 데스크톱의 축소판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컨셉의 앱이다. 처음 받았을 때 "이게 같은 브라우저 맞아?" 싶었다. 데스크톱에서 열어둔 탭을 모바일에서 이어보는 게 Chrome만큼 직관적이지 않다.
Linux 미지원
개발자 중에 Linux 데스크톱 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Arc는 Linux를 공식 지원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The Browser Company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근데 확장 프로그램은 되나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답은 "된다"이다. Arc는 Chromium 기반이라 Chrome 웹스토어의 확장 프로그램이 거의 다 호환된다. 내가 Chrome에서 쓰던 1Password, uBlock Origin, Grammarly 전부 문제없이 작동한다.
다만 탭 관리 관련 확장은 필요 없어진다. Arc 자체가 탭 관리 도구니까. 확장 프로그램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장점이다.
반년 후 내 워크플로우
지금 내 Arc 사용 패턴은 이렇다.
- Space 1 (업무): Gmail, Google Calendar, Slack, Jira — 고정 탭 4개
- Space 2 (글쓰기): Notion, WordPress, 리서치 탭들 — 고정 탭 2개, 나머지 자동 정리
- Space 3 (개인): YouTube, 뉴스, 쇼핑 — 고정 탭 0개, 전부 자동 정리
Chrome 시절에는 탭이 하루 종일 쌓였는데, 지금은 Space별로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가 유지된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이게 Arc의 핵심 가치다 — 브라우저가 정리를 대신해준다는 것.
Chrome이 더 나은 사람
Arc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니다. 다음에 해당하면 Chrome이 낫다.
- Android 사용자 — Arc 모바일은 iOS만 지원한다. Android에서 브라우저 동기화가 중요하면 Chrome을 쓰는 게 맞다.
- 여러 OS를 넘나드는 사람 — Windows, Mac, Linux를 다 쓴다면 Chrome의 크로스 플랫폼 동기화가 압도적이다.
-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 — 솔직히, Arc는 기존 브라우저와 UI가 많이 다르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브라우저는 그냥 인터넷 보는 거"라는 사람에게는 과한 도구일 수 있다.
Arc의 미래가 좀 걱정되긴 한다
한 가지 솔직하게 쓸 게 있다. The Browser Company가 2024년 말에 Arc 후속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Arc에 대한 장기 지원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었다. 2025년 들어 업데이트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아직 확인이 안 된 게 사실이다. 스타트업 브라우저의 리스크라면 리스크다.
그래도 현재 기능과 안정성만 놓고 보면, 지금 당장 쓰기에 문제는 없다. Arc 공식 리소스 센터에서 기능별 가이드도 잘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돌아갈 생각이 없는 진짜 이유
기능 비교에서 Chrome이 이기는 항목이 분명히 있다. 동기화,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근데 내가 Arc를 계속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 탭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Chrome을 쓸 때는 탭 정리가 하나의 일이었다. Arc를 쓰면서 그 일 자체가 없어졌다. 마치 자동 식기세척기를 들인 뒤 설거지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기능 하나하나를 따지면 Chrome이 나은 점도 있지만, 전체적인 작업 흐름의 쾌적함에서 Arc가 앞선다.
브라우저를 하루 종일 켜놓고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 써보라. 2~3일은 좀 어색하겠지만, 일주일이면 Chrome 탭 바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Windows 버전도 출시됐으니 Mac 전용이라는 핑계도 이제 못 댄다.
딱 하나만 기억하자. Arc는 "더 좋은 Chrome"이 아니라, "브라우저에 대한 다른 생각"이다. 그 생각이 나한테는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