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alidraw로 브레인스토밍하면 포스트잇이 필요 없어진다
회의실 벽에 붙은 포스트잇, 언제까지 쓸 건가
지난달 팀 기획 회의 때 일이다. 회의실 유리벽에 포스트잇을 30장쯤 붙여놓고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문을 확 여는 바람에 절반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워서 다시 붙이는데 순서가 뒤죽박죽. 솔직히 그 순간 "아, 이거 디지털로 하면 안 되나" 싶었다.
근데 막상 디지털 화이트보드를 찾아보면 Miro, FigJam, Mural 같은 툴들이 쏟아진다. 대부분 유료이거나 무료 플랜이 너무 빈약하다. 그러다 발견한 게 Excalidraw다. 완전 무료에, 회원가입도 필요 없고, 브라우저만 열면 바로 쓸 수 있다. 써본 입장에서 말하면 — 브레인스토밍 용도로는 이게 제일 낫다.
Excalidraw가 뭔데?
한마디로, 손그림 느낌 나는 무료 온라인 화이트보드다. excalidraw.com에 접속하면 로그인 없이 바로 그릴 수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라서 돈 낼 일이 전혀 없다.
처음 화면을 보면 좀 허전하다 싶을 수 있다. 화려한 UI가 없다. 근데 그게 오히려 장점이다. 마치 진짜 빈 종이에 펜 하나 들고 있는 느낌이랄까. Miro는 처음 열면 메뉴가 너무 많아서 "뭐부터 눌러야 하지" 하게 되는데, Excalidraw는 그런 게 없다.
핵심 기능만 정리하면 이렇다:
- 도형, 텍스트, 화살표, 자유 드로잉
- 실시간 협업 (링크 공유만 하면 됨)
- 무한 캔버스 — 공간 제약 없음
- 라이브러리로 아이콘/다이어그램 템플릿 추가 가능
- PNG, SVG로 내보내기
진짜 브레인스토밍에 쓸 만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쓸 만한 정도가 아니라 포스트잇보다 낫다.
내가 한동안 써보면서 느낀 건, 브레인스토밍의 핵심은 "빠르게 꺼내고, 자유롭게 옮기는 것"이라는 점이다. 포스트잇은 꺼내는 건 빠른데 옮기는 게 번거롭다. 떨어지기도 하고. Excalidraw는 둘 다 빠르다. 텍스트 박스를 딱 만들고, 드래그로 위치를 옮기면 끝이다.
특히 좋은 점 세 가지:
- 그룹핑이 쉽다 — 비슷한 아이디어끼리 묶어서 영역을 나눌 수 있다. 포스트잇으로 이걸 하려면 벽 위에서 하나하나 떼서 붙여야 한다. Excalidraw에선 마우스로 쭉 드래그하면 된다.
- 화살표로 관계를 표현 — 아이디어 간 연결 관계를 화살표 하나로 보여줄 수 있다. 포스트잇에선 선을 긋거나 색깔을 바꿔야 하는데, 디지털에선 2초면 해결된다.
- 되돌리기(Ctrl+Z) — 이거 하나만으로 포스트잇을 이긴다. 물리 세계에서는 한번 버린 아이디어를 되살리기 어렵지만, 디지털에선 Ctrl+Z 한 방이면 된다.
다른 화이트보드 도구와 비교
"그냥 Miro 쓰면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비교해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 항목 | Excalidraw | Miro | FigJam |
|---|---|---|---|
| 가격 | 완전 무료 | 무료 3보드 / 유료 $8/월~ | 무료 3파일 / 유료 $5/월~ |
| 회원가입 | 불필요 | 필수 | 필수 |
| 실시간 협업 | O (링크 공유) | O | O |
| 오프라인 사용 | O (PWA 지원) | X | X |
| 오픈소스 | O | X | X |
| 학습 곡선 | 낮음 (5분) | 중간 (30분+) | 낮음 (10분) |
| 템플릿 | 커뮤니티 라이브러리 | 풍부 (유료 포함) | 보통 |
| 내보내기 | PNG, SVG, JSON | PNG, PDF, CSV | PNG, PDF |
표를 보면 확실하다.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브레인스토밍 목적으로만 쓴다면 Excalidraw가 압도적이다. 돈이 안 드는 건 물론이고, 회원가입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크다. 회의 중에 "자, 이거 한번 같이 정리해 보자" 하면서 링크 하나 던지면 끝이니까.
다만 Miro는 대규모 워크숍이나 프로젝트 관리 기능까지 필요할 때 강하다. 보드가 수십 개 필요한 조직이라면 Miro가 맞을 수 있다. 근데 브레인스토밍만 놓고 보면? Excalidraw 이기기 어렵다.
실전: 브레인스토밍 5단계
내 경험상 Excalidraw로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이 흐름이 제일 잘 먹힌다.
1단계: 빈 캔버스에 일단 쏟아내기
excalidraw.com을 열고,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텍스트 박스로 마구 적는다.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던지는 거다. 마치 포스트잇을 테이블 위에 쭉 늘어놓는 것처럼. 이 단계에서 예쁘게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아이디어 흐름이 끊긴다.
2단계: 색깔로 카테고리 분류
어느 정도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비슷한 것끼리 색을 바꿔준다. Excalidraw에서 요소를 선택하고 배경색을 바꾸면 된다. 나는 보통 빨강(긴급), 파랑(아이디어), 초록(실행 가능), 노랑(보류) 이렇게 4색을 쓴다.
3단계: 공간 배치로 우선순위 정하기
캔버스 왼쪽 위를 "중요도 높음", 오른쪽 아래를 "중요도 낮음"으로 잡는다. 그런 다음 아이디어 박스들을 드래그해서 위치를 옮긴다. 물리적 포스트잇이었으면 벽에 떨어트리면서 옮겨야 할 걸, 여기선 클릭 한 번이면 된다.
4단계: 화살표로 관계 연결
서로 관련 있는 아이디어끼리 화살표를 그어준다. "이 기능을 만들려면 저게 먼저 필요하다" 같은 의존 관계가 시각적으로 보인다. 이게 포스트잇에선 절대 못 하는 거다.
5단계: 내보내기 또는 공유
정리가 끝나면 PNG로 내보내서 슬랙에 올리거나, 공유 링크를 팀원에게 보내면 된다. 파일을 .excalidraw 형식으로 저장해두면 나중에 다시 열어서 수정할 수도 있다.
혼자 쓸 때 vs 팀으로 쓸 때
혼자 브레인스토밍할 때는 그냥 excalidraw.com 열고 시작하면 된다. 저장은 브라우저 로컬에 자동으로 되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
팀으로 쓸 때는 "실시간 협업" 기능을 쓰면 된다. 왼쪽 상단의 공유 버튼을 누르면 링크가 나오는데, 그걸 팀원에게 보내면 같은 캔버스에서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구글 독스처럼 커서가 실시간으로 보인다. 진짜 신기한 건, 이 기능도 무료라는 점이다. Miro는 실시간 협업을 제대로 쓰려면 유료 플랜이 사실상 필수인데.
직접 테스트해봤을 때 동시 접속 5~6명까지는 렉 없이 부드러웠다. 20명 넘어가면 좀 버벅일 수 있다는 후기가 Excalidraw GitHub 이슈에 몇 건 있긴 한데, 브레인스토밍에 20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Excalidraw가 부족한 점도 있다
마냥 좋다고만 하면 거짓말이다.
첫째, 템플릿이 빈약하다. Miro는 브레인스토밍, 칸반, 마인드맵 등 수백 개 템플릿이 기본 제공되는데, Excalidraw는 커뮤니티 라이브러리에서 따로 가져와야 한다. 처음 쓰는 사람한테는 빈 캔버스가 막막할 수 있다.
둘째, 프로젝트 관리 기능이 없다. 타이머, 투표, 코멘트 같은 워크숍용 기능은 전혀 없다. Excalidraw는 "그리기 도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이 필요하면 FigJam이 낫다.
셋째, 히스토리 관리가 약하다. 버전 기록이 따로 없어서, 과거 상태로 되돌리려면 수동으로 파일을 백업해둬야 한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도구는 없다. 근데 이런 상황이라면 Excalidraw가 딱이다:
- 팀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하고 싶을 때
- 화이트보드 도구에 돈 쓰기 싫을 때 (완전 무료니까)
- 복잡한 UI 배우기 귀찮을 때 (5분이면 익숙해진다)
- Notion이나 팀 위키에 다이어그램을 자주 넣어야 할 때
반대로, 대규모 워크숍을 운영하거나 프로젝트 보드와 화이트보드를 한 곳에서 관리하고 싶다면 Miro나 FigJam 쪽을 보는 게 맞다.
Canva, Notion이랑 같이 쓰면 시너지가 난다
Excalidraw의 진짜 강점은 다른 도구와의 조합이다. 브레인스토밍 결과를 PNG로 내보내서 Canva 프레젠테이션에 넣으면, 손그림 느낌이 오히려 세련되게 보인다. 기획서나 제안서에 깔끔한 다이어그램 대신 Excalidraw 스타일 그림을 넣으면 "이 사람 직접 그렸구나" 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Notion에 임베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Excalidraw 파일을 Notion 페이지에 링크해두면, 팀 위키에서 바로 열어볼 수 있다. 회의록 옆에 브레인스토밍 결과를 붙여두면 나중에 "아 그때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지" 하고 바로 찾을 수 있다.
포스트잇은 감성이고, Excalidraw는 실전이다
포스트잇 브레인스토밍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프라인 회의에서 손으로 직접 쓰는 경험, 그 자체의 가치가 있다. 근데 실용성만 따지면 Excalidraw가 모든 면에서 이긴다. 무료이고, 공간 제약이 없고, 정리가 쉽고, 공유가 빠르다.
마치 종이 지도와 구글 맵스의 차이랄까. 종이 지도 펼쳐놓고 길 찾는 낭만이 있지만, 실제로 내비게이션이 필요할 땐 구글 맵스를 쓰지 않나. 브레인스토밍도 똑같다.
아직 포스트잇에 아이디어를 쓰고 있다면, 딱 한 번만 excalidraw.com을 열어보라. 5분이면 "왜 진작 안 썼지" 하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