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on으로 가계부 만들기 — 엑셀보다 나은 이유

엑셀 가계부, 왜 매번 작심삼일일까

매달 1일에 새 시트를 만든다. 카테고리 정하고, 셀 서식 맞추고, SUM 함수 넣고. 근데 2주쯤 지나면 입력을 안 하게 된다. 익숙한 패턴 아닌가? 내 경험상 엑셀 가계부는 "만드는 재미"는 있는데 "쓰는 재미"가 없다. 문제는 도구 자체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엑셀은 기본적으로 격자 위에 숫자를 쌓는 도구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쌓아두는 것과 비슷하다 — 넣을 때는 기분 좋은데, 나중에 뒤져보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 Notion 데이터베이스는 접근이 다르다. 한 번 구조를 만들어두면 필터, 정렬, 뷰가 알아서 정리해준다.

이 글에서는 Notion으로 실제 가계부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준다. 딱 5단계면 끝난다.

Notion 가계부 데이터베이스 메인 화면 예시

Notion vs 엑셀 — 가계부 용도 비교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에, 두 도구가 가계부 용도로 어떻게 다른지 정리했다.

항목엑셀/구글 스프레드시트Notion 데이터베이스
초기 설정빠름 (빈 시트에 바로 입력)약간 느림 (속성 설계 필요)
모바일 입력불편함 (셀 선택이 어려움)편함 (폼 뷰 또는 빠른 추가)
자동 계산수식 직접 작성Rollup, Formula 속성 지원
카테고리 필터피벗 테이블 또는 필터 기능Select 속성 + 필터 뷰
시각화차트 기능 내장기본 미지원 (외부 연동 필요)
템플릿 반복매달 시트 복사템플릿 버튼 한 번 클릭
다른 데이터 연동별도 시트 참조Relation으로 DB 간 연결
가격구글 시트 무료 / 엑셀 유료개인용 무료

시각화 쪽은 엑셀이 확실히 낫다. 솔직히 Notion에서 예쁜 차트 만들려면 외부 도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가계부의 핵심이라면, 모바일 입력 편의성과 자동화에서 Notion이 앞선다.

Step 1 — 새 데이터베이스 만들기

Notion을 열고 빈 페이지를 하나 만든다. 제목은 "2026 가계부" 같은 걸로 하면 된다.

  1. 페이지 본문에서 /database 입력
  2. "Database - Full page" 또는 "Database - Inline" 선택
  3. 인라인이 편하다 — 같은 페이지에 설명이나 월별 요약을 함께 둘 수 있으니까

처음 만들면 기본 컬럼이 Name, Tags, Status로 되어 있을 텐데, 이건 전부 바꿀 거다. 당황하지 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혹시 Notion 자체가 처음이라면 Notion 초보자 가이드를 먼저 훑어보는 걸 추천한다.

Step 2 — 속성(Property) 설정하기

가계부의 뼈대는 속성이다. 요리로 치면 재료 손질 단계 — 여기서 대충 하면 나중에 전부 무너진다. 아래 속성을 하나씩 추가하자.

속성 이름타입설명
날짜Date거래 발생일
항목Title"점심 식사", "넷플릭스" 등
금액Number (₩ 형식)지출 또는 수입 금액
유형Select수입 / 지출
카테고리Select식비, 교통, 쇼핑, 고정비, 저축 등
결제수단Select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 계좌이체
메모Text부가 설명 (선택)

팁 하나. 카테고리는 처음에 너무 세분화하지 않는 게 좋다. 10개 이내로 시작하고 필요하면 나중에 추가하자. 카테고리가 20개 넘어가면 분류하다 지쳐서 입력을 안 하게 된다. 진짜다.

금액 속성에서 Number Format을 "Number with commas"로 설정하고, 접두사에 ₩을 넣으면 보기 편해진다. 이런 사소한 설정이 쓰는 맛을 좌우한다.

Step 3 — 뷰(View) 분리하기

여기서부터 Notion이 엑셀과 확 달라진다. 같은 데이터를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전체 뷰 (기본 테이블)

모든 거래 내역이 날짜순으로 쭉 나열된다. 입력용으로 사용하면 된다.

월별 뷰

Calendar 뷰를 추가한다. 날짜 속성 기준으로 달력에 지출이 찍히니까, "이번 주 돈을 얼마나 썼는지" 시각적으로 바로 보인다. 마치 체중계를 매일 재는 효과와 비슷하다 — 숫자가 눈에 보이면 행동이 바뀐다.

카테고리별 뷰

Board 뷰를 추가하고, 그룹 기준을 "카테고리"로 설정한다. 식비, 교통, 쇼핑 등이 칸반 보드처럼 쫙 펼쳐진다. 어디에 돈이 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출만 모아보기

테이블 뷰를 하나 더 만들고, 필터에 "유형 = 지출"을 건다. 수입은 빼고 순수 지출만 볼 수 있으니 지출 관리에 집중할 때 좋다.

뷰 전환이 좀 익숙해지면 "근데 이걸 왜 엑셀에서 탭 복사하면서 했지?" 하는 생각이 들 거다.

Step 4 — 월별 요약 대시보드 만들기

가계부의 꽃은 "이번 달에 얼마 썼나" 한눈에 보는 것이다. Notion에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방법 A: Rollup 활용 (간단)

월별 페이지를 따로 만들고, Relation으로 거래 DB를 연결한다. Rollup으로 해당 월의 합계를 자동 계산한다. 써본 입장에서 이게 가장 직관적이다.

  1. "월별 요약"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만든다
  2. 속성: 월(Title), 거래내역(Relation → 가계부 DB), 총지출(Rollup → 금액 합계), 총수입(Rollup → 금액 합계, 필터 적용)
  3. Formula로 "수입 - 지출 = 잔액"을 계산한다

방법 B: Formula 직접 계산

좀 더 고급 사용자라면 Notion의 Formula 2.0을 활용할 수 있다. if(), dateBetween() 함수를 조합하면 특정 기간 합계도 뽑을 수 있다. 다만 공식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복잡한 수식은 디버깅이 까다롭다. 입문자에게는 방법 A를 추천한다.

Notion 가계부 월별 요약 대시보드 Rollup 설정 화면

Step 5 — 템플릿 버튼과 자동화

매일 입력해야 하는데 매번 속성을 하나하나 고르면 귀찮다. Notion 템플릿 버튼을 만들어두면 이 과정이 줄어든다.

  1. 데이터베이스 우측 상단 ▼ → "New template" 클릭
  2. 미리 "유형: 지출", "결제수단: 신용카드" 같은 기본값을 세팅해둔다
  3. 자주 쓰는 패턴별로 2~3개 템플릿을 만들면 된다 ("카드 지출", "현금 지출", "월급 수입" 등)

여기에 추가로 Notion의 Database Automation 기능을 쓰면, 특정 조건에서 속성을 자동으로 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테고리가 "고정비"면 결제수단을 자동으로 "계좌이체"로 바꾸는 식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 입력 허들을 낮추는 게 가계부 지속의 핵심이다. 터치 3번이면 끝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퇴근 후 소파에 누워서도 기록할 마음이 생긴다.

실제로 써보면 느끼는 Notion 가계부의 한계

좋은 얘기만 하면 광고 같으니까, 단점도 솔직하게 짚자.

  • 차트가 없다. 월별 지출 추이를 그래프로 보려면 Notion Charts 같은 외부 도구를 연동해야 한다. 엑셀은 셀 범위 지정하고 차트 삽입 끝인데, Notion은 이 과정이 번거롭다.
  • 오프라인 접근이 어렵다. 인터넷 없으면 입력이 안 된다. 비행기 탈 때나 지하철 음영 지역에서 좀 불편하다.
  • 복잡한 수식 한계. 엑셀의 VLOOKUP, INDEX-MATCH 같은 고급 수식은 Notion에서 구현하기 어렵다. 세금 계산이나 투자 수익률까지 추적하려면 엑셀이 맞다.

결론적으로 "단순하게 수입/지출 기록하고, 카테고리별로 확인하는 수준"이면 Notion이 낫다. 재무 분석까지 하려면 엑셀을 쓰는 게 맞다. 용도가 다르다.

엑셀에서 Notion으로 옮기는 팁

이미 엑셀로 가계부를 쓰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전부 옮길 필요 없다.

  1. 과거 데이터는 엑셀에 두고, 이번 달부터 Notion에 새로 시작한다
  2. 정 옮기고 싶다면 CSV 내보내기 → Notion Import 기능 사용. 공식 Import 가이드에 방법이 나와 있다
  3. 단, CSV 임포트 후 속성 타입을 수동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Date, Number 등)

기존 생산성 도구를 정리하는 맥락이라면 스마트폰 앱 30개를 7개로 줄인 이야기도 참고해 보라. 도구가 많다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가계부 유지가 핵심이다 — Notion이 도와줄 수 있는 이유

어떤 도구를 쓰든 가계부는 결국 "매일 기록하느냐"의 싸움이다. Notion이 이 싸움에서 유리한 건 세 가지다.

첫째, 모바일에서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 Notion 앱에서 데이터베이스 열고, 템플릿 선택하고, 금액만 입력하면 끝이다. 엑셀 모바일 앱에서 셀 찍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둘째, 뷰 전환으로 다른 관점을 바로 볼 수 있다. 테이블, 보드, 캘린더를 왔다 갔다 하면서 "어디서 돈이 새는지" 금방 파악된다. 마치 같은 풍경을 옥상에서 보느냐, 드론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셋째, 다른 Notion 페이지와 연결된다. 예를 들어 여행 계획 페이지에서 여행 경비를 Relation으로 연결하면, 여행 예산과 실제 지출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런 건 엑셀에서는 시트 간 참조로 가능은 하지만 훨씬 번거롭다.

팀에서 공유 문서를 관리할 때 Notion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전에 비교한 적 있다. 개인 가계부든 팀 위키든, Notion의 강점은 "하나의 도구 안에서 데이터를 연결하는 능력"이다.

정리하면

엑셀 가계부가 작심삼일인 이유는 의지 문제가 아니라 도구 구조의 문제다. Notion 데이터베이스로 가계부를 만들면 모바일 입력, 자동 분류, 뷰 전환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시각화만 빼면 거의 모든 면에서 엑셀보다 가계부에 적합하다.

오늘 안에 Step 1까지만 해보자. 데이터베이스 하나 만드는 데 5분이면 충분하다. 5분 투자하고 한 달 뒤에 "이번 달 식비"를 필터 하나로 확인하는 순간, 엑셀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질 거다.